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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온갖 후기

패터슨 Pa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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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극장에서 동생과 함께 본 영화. 이수역 아트나인으로 예매한 영화라 근처 재래시장에서 칼국수랑 수제비도 먹고 이것저것 장보다가 영화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들어섰다.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고 그저 오빠가 예매해줘서 보러 간 영화인데, 영화 시작 전 광고도 없다니 내가 평소 보던 영화와는 조금 다르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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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는 영화이다.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동생은 내 코트를 뒤집어 쓰고 집마냥 편안하게 잠들었다. 영화는 패터슨 시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보여준다. 물론 특별한 일은 없다. 그저 출근하고 퇴근해서는 아내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하고는 끝나는 하루이다.

물론 아내는 매일 조금씩 다른 도시락을 싸주고, 버스에서는 이런 저런 사람들과 쌍둥이들을 만나며, 바에서는 사랑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때쯤에는 영화 포스터의 '이 한 편의 영화로 당신의 하루가 아름다워질 거에요.'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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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패터슨이 매일 같이 들리는 바. 오늘도 강아지 마빈은 가게 앞에 목줄이 묶이기도 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남아 포스터를 챙겨보니, 이 영화를 만든 짐 자무쉬 감독의 말이 적혀 있었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있다.'

언젠가 책에서 내가 평소 걷는 길, 생활하는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바라보면 일상이 지루하지 않게 될 거란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패터슨이 나에게 딱 그런 영화였던 듯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은 지루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영화 속 소소한 장면들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더 나아가 나의 별 것 없는 일상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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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이한 패터슨의 아내 로라. 블랙 앤 화이트 패턴을 아주 좋아하는데, 동네 주말 장터에 팔기 위한 머핀을 만들때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패터슨은 그런 일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진작에 깨닫고 있는 사람같았다. 패터슨은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시로 남긴다. 물론 마빈이 패터슨의 시집을 다 물어뜯어 버리긴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깊이 있게 관찰한다는 것인지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떠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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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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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영화의 막바지에 뜬금없이 나타나 패터슨에게 새로운 노트를 선물해주고 명언까지 남기고 간 일본인.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한다니... 나도 오늘은 집에 가서 새 공책을 한 권 펼쳐봐야겠다.